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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무너지는 IT생태계, CES 관전법


1월 7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쇼(CES) 2014가 열린다. 1967년부터 시작된 CES는 컴덱스(COMDEX)가 몰락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정보통신(IT) 전시회로 자리잡았다. 주최측 발표에 의하면 이번 CES에는 전세계 3천200여개 기술 기업들이 참가해 2만개가 넘는 신제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CES는 매년 1월에 열리기 때문에 해당년도 전자기기 트렌드와 사업자들의 전략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행사이다. 전년도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각 사업체들의 임원들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펼치는 장소이기도 하여 대규모 사업 제휴도 일어난다. 기기의 변화는 서비스나 콘텐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IT 종사자라면 CES에 전시되는 내용에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체들도 앞다퉈 CES 관련 특집 기사를 쏟아내면서 CES를 둘러싼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주최측 발표와 기사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CES 2014 주요 테마는 UHD TV,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카, 스팀박스, 스마트홈, 디지털 피트니스,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테마 아래 놓여진 제품들을 어떠한 관점에서 보고 해석해야 하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사업 영역의 붕괴

지금까지 CES는 삼성전자, LG전자, GE, 소니, 파나소닉 등과 같은 정통 가전사업자들의 잔치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가전도 서로 연결(Connected)이 되면서 다른 산업과 제휴가 중요해졌다. 영역의 붕괴도 서서히 시작됐다. CES 2014에 참가하는 비(非)가전업체들을 살펴보면 전자기기의 융합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동차 업체들이다. 국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하여 아우디, BMW, 크라이슬러,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마쯔다, 메르세데스, 도요타 등 총 9개 사업자가 CES 2014에 참여할 예정이다. 델파이, 듀얼일렉트로닉스, JVC켄우드, 파이오니어, QNX 등 125개 이상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CES에 전시관을 꾸미기로 했다. 이들은 GPS와 센서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카(또는 Connected Car)를 선보이고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최첨단 IT 기술이 어떤 식으로 자동차 산업과 결합이 되고 적용될 수 있는지 관심있게 살펴보아야 한다.

핏빗, 나이키, 위딩스, 조본, 페블 등도 이번 CES에 참가해 웨어러블 기기의 최신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대를 많이 모으고 있는 VR글래스인 오큘러스리프트도 참여할 예정이다. 구글, 애플, MS가 없는 곳에서 이들이 어떠한 존재감으로 새로운 가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지 살펴보자. 그밖에 많은 업체들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헬스케어쪽의 흐름도 지켜 볼만 하겠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변화

디스플레이 기술은 가전 기기와 가장 밀접한 영역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한때는 디스플레이의 발전이 더 이상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CES에는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한단계 도약한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대형화와 고해상도’라는 기본적인 디스플레이의 방향은 다시 한번 뜨거워질 것이다. TV를 중심으로 55인치 디스플레이가 대거 등장할 것이며 4K(UHD) 해상도로 상향 평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소형화’를 지향하는 제품들도 많다. 웨어러블 기기나 헬스케어 제품들은 작은 화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은 곡면(Curved)과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 제품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세계 최대 크기인 105인치 곡면 UHD TV를 첫 공개할 예정이다. TV에서 시작된 곡면 디스플레이 경쟁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전이되었다. 지난 가을에 삼성과 LG가 선보였던 곡면 스마트폰을 너도나도 이번 CES에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휘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서 TV로 전이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리모콘으로 TV화면의 곡률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Variable) TV’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가전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

한동안 대형 제조사들은 ‘새로운 먹거리(Momentum)’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고속성장을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에도 버거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가 되고 기술들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서서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때가 왔다. CES 2014는 제조사들의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차 목표는 여전히 스마트 TV이다. 사용자들의 요구와 무관하게 TV는 제조사들에게는 뿌리와도 같아 모든 기술을 집약시키고 발전시켜 나간다. CES 2013까지는 '에볼루션 키트’와 같은 하드웨어에 집중을 했다면 올해부터는 사용성 개선 강화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음성인식’은 대상 범위를 넓히고 있고 삼성전자의 '핑거 제스처’는 TV에서의 새로운 입력방식을 제시할 예정이다.

TV 못지 않게 뜨거운 영역은 ‘웨어러블 기기’이다. 이번 CES에서는 제품별 특징이나 신기술과의 결합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통 제조사의 제품과 비(非) 가전업체들간의 웨어러블을 해석하는 방식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그 외에도 스마트홈, 홈시큐리티 등에 제조사들이 진출하는 이유와 시장성을 같이 전망해보도록 하자.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4/01/09 22:29 2014/01/0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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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노키아 인수에 관한 또 다른 관전 포인트


MS의 노키아 인수

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결정되었다. 인수 가격은 72억 달러로 우리 나라 돈으로 약 7조 9천억원 규모이다. 제조부문 외에도 노키아가 보유한 특허를 마이크로소프트가 10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센스 협약도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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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시기와 규모의 문제일 뿐, 정해진 수순으로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기 때문에 담담한 시선으로 이번 이슈를 보고 있다. 그런 까닭 때문인지 인사이트가 풍부한 수준높은 분석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니 'SW + HW의 결합'과 같은 거시적인 트렌드부터 향후 전망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미 중요한 이야기는 넘쳐나고 있으니 굳이 이 공간에 생각을 따로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겠다. 다만,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할 관전 포인트가 몇개 있는 듯 하여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핵심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수 있으리라.



노키아의 변신은 어떻게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모바일 산업에 근무해서인지 '노키아 제국의 공식적인 몰락'을 접하는 감회는 조금 남 다르다. 단순히 폰을 많이 판매하는 제조사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으며 변신을 시도했었고 그들의 결과물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소식을 듣자마자 궁금했던 것은 인수 범위와 함께 노키아의 미래였다.

인수 범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단말 제조 부분에 한정되어 있다.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하자면 '루미아'와 '아샤' 사업부만 인수의 대상이다. 심비안 기반의 기존 노키아 사업부와 솔루션과 네트워크 사업, 지도 솔루션 `히어(Here)` 사업부, CTO 조직은 여전히 '노키아'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을 듯 하다.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특허도 여전히 노키아의 소유이다. 이 점 때문에 일부 아티클에서는 노키아가 특허 괴물(patent troll)로 변신할 가능성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켜보았던 노키아의 기업 문화를 고려할 때 '특허'가 노키아의 주요 사업 모델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한다.



노키아의 남은 자산 중에서 'Here'에 주목하고 향후 전략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Here'는 오랫동안 노키아가 로컬 플랫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초기 버전은 사용자들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꾸준히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점차 안정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사업자들이 구글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구글지도(Google Map)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는 상황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실제로 MS, 야후, 아마존 등은 자사 지도 또는 구글지도를 버리고 노키아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과 모토로라의 대응

이번 인수건을 보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2011년, 구글의 모토로라를 인수와 비교를 한다. 사업자의 구조나 배경, 니즈, 전망 등에사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를 한 후에 사업 성적표는 어떤지 정확하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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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치를 살펴보니 예상치보다 훨씬 심각하다. 2013년 1분기에는 시장점유율이 1.7%까지 하락했다. 구글과 야심차게 공동개발한 '모토 X'는 판매량이 부진하여 약 100달러 수준까지 인하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주요 목적이 '특허 확보'라고 해석을 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탱하는 제조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합병의 시너지를 최대한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신규 버전의 우선 적용한다거나 구글의 특정 서비스를 독점으로 모토로라에게만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인해 MS가 구글과 대립각을 세우며 PC 생태계의 우위를 활용해서 공격적인 전략을 세운다면 구글로서는 모토로라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MS와 구글의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어떻게 전개가 될지 주의깊게 관전할 만한 포인트이다.



MS의 차기 CEO

얼마전, MS의 스티브 발머는 1년 안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MS의 차기 CEO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온라인 도박업체인 '래드브룩스'는 MS의 차기 CEO가 누가 될지에 대해 특별 코너를 개설했다. 그 결과 배당률이 가장 낮은(CEO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스티븐 엘롭이었고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MS의 케빈 터너 등이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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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도 스티븐 엘롭이 차기 CEO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예측하고 있었다. 엘롭은 매크로미디어, 어도비, 주니퍼 등을 거쳐서 2008∼2010년 MS의 비즈니스 사업부 책임자를 지낸 뒤, 현재는 노키아의 CEO로 재직 중에 있다. 그는 노키아 CEO에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불타는 플랫폼에서 뛰어내리라'는 편지를 보내 업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엘롭이 MS의 제품군과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이해도를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이번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CEO가 될 가능성을 더욱 높인 셈이다. 오히려 관전포인트는 '그가 CEO가 된다면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더라도 여전히 모바일 개발자 커뮤니티가 부족하고 사용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서비스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엘롭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2013/09/04 19:38 2013/09/0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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