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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CSP 현황
클라우드 시장이 넓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 CSP의 상황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7월에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CSP 점유율은 AWS 60.2%로 절대적이며 Azure 24%, GCP 19.9%로 외산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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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20.5% 차지한 네이버클라우드와 7.0%를 차지한 NHN 클라우드 정도만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 네이버는 HyperCLOVA X를 앞세워 한국어 업무자동화/소버린 AI 포지션을 구축했고
  • NHN은 공공 납품 집행력과 GPU/HPC 인프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 KT 클라우드는 Azure와의 ‘국가형/주권형’ 협력으로 독립 퍼블릭 CSP라기보다 화이트라벨 모델로 변경했다.
  • 삼성SDS·SK·카카오는 퍼블릭 IaaS 외연 확장보다는 엔터프라이즈 프라이빗/하이브리드, MSP/플랫폼, 특정 버티컬 중심으로 포지셔닝 중이다.

정리하면, 국내에서 독자 생태계로 퍼블릭을 굴리는 플레이어는 네이버·NHN이고, 나머지는 ‘퍼블릭 CSP’라기보다 하이브리드/서비스형에 가깝다.



2. 국내 CSP의 한계
국내 기업들이 CSP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품질이 우수해서’라는 응답이 41.5%로 가장 높았다. ‘다양한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이라는 이유는 12.9%로 그 뒤를 이었다. 냉정하게 국내 CSP의 서비스 제공 수준은 글로벌 CSP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 MLOps(E2E): SageMaker/Vertex/AML 급의 일체형 스위트는 부재(부분 대체 수준의 플랫폼은 있음)
  • DWH: BigQuery/Redshift/Snowflake 급 1st-party 완전관리형이 없다(주로 Spark/Hadoop/Trino로 레이크하우스 조합)
  • 서버리스·CMP: 조각은 있지만 생태계·자동화 깊이가 얕다.
  • 에코·마켓플레이스: 파트너/ISV 폭과 글로벌 레퍼런스가 제한적.
그렇다고 국내 CSP 업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국내 CSP vs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는 애초에 게임 룰이 다르다. 그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공공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길 수 있는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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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는 지난 2023년에 2027년까지 한국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에 약 7조 8500억 원(58억 8000만 달러)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3. 국내 CSP의 현재 전략 방향과 문제점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CSP로서는 정면 승부를 할 수가 없다. 지금 국내 CSP가 주로 노리는 곳은 정부·공공·금융 등 규제 산업, 그리고 산업 특화(Vertical) 레퍼런스 등이다. 논리적인 접근으로는 맞는 방향이긴 한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 산업 특화의 한계: 버티컬을 하려면 중간에 강한 SI·MSP가 필수인데, 국내 시장이 작아 대형 파트너의 투자를 오래 끌고 가기 어렵다.
  • 가격 경쟁: 해외는 약정·예약·크레딧 등 할인 모델이 정교하다. 순수 단가 경쟁으로는 우위를 만들기 힘들다.
  • 기술 지원 범위: 규제형·망분리 고객을 케어하는 현장 대응 역량은 강점이지만, 최신 PaaS/AI 레이어까지 커버하려면 지원 스택이 비대해진다.

또한,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위의 장점만을 내세우다보니 와닿지가 않는다. AI의 발전으로 클라우드에 요구하는 내용은 다양해지는데, 커버하는데 한계가 있다.



4. 새로운 시도 — 규제형 하이브리드 게이트웨이
냉정하게 정면 승부는 어렵다. 국내 CSP=규제·신뢰의 허브, 해외 CSP=PaaS/AI의 공급처로 역할을 분리하고, 두 세계의 경계면(Trust Boundary)을 제품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해답이다. 핵심은 “데이터는 안에, 서비스는 안전하게 끌어오는"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 컨셉: 전용회선+프라이빗 엔드포인트로 인터넷 비경유 연결 → 게이트웨이에서 DLP/토큰화/KMS(국내 상주), LLM 프록시(프롬프트 가드·토큰 회계), 증적 자동화까지 한 번에
  • 아키텍처: 온프렘/기관망 → [국내 CSP 게이트웨이 존] → (사설 상호연결) → [해외 CSP DWH/MLOps/LLM]
  • SKU 예시(짧게): Gateway Base(회선·EP·DNS/ACL) / DataGuard(DLP·KMS) / AI Guardrail(프롬프트·토큰) / Audit Pack(증적 자동화)
  • 비용 프레임: 상호연결 egress 면제+단일 청구를 전제로, 약정/예약 할인 얹어 단독 해외 대비 TCO 우위를 숫자로 증명

쉽게 말하자면 현실을 인정하자는 이야기이다. 규제와 신뢰가 되는 인프라와 데이터의 위치, 랜딩존의 구조는 유지하고 Managed 영역은 해외 CSP를 연결해서 사용하자는 이야기가 된다. 기술 주권 논쟁은 중장기 의제로 남기고, 단기적으로는 생존과 생산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후에 AI 중심의 거시적인 전략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5. 오라클 클라우드와 Azure의 사례
해외에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정면 승부 대신 ‘결합’을 선택한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휴 모델이다. 해당 제휴의 핵심은 세 가지이다.
  • Database@Azure: 오라클 DB를 Azure 리전 안에 꽂아 운영(실질적 In-Region). 데이터 경로·운영 주체를 영역 내부로 고정.
  • Oracle Interconnect for Azure: 두 클라우드를 사설 상호연결로 묶어 인터넷 비경유·저지연 경로 확보(전송비 이슈 최소화).
  • 단일 경험: Azure 포털에서 구독·과금·운영을 처리하고, Co-Support(공동 지원)로 장애·SLA의 책임 경계를 명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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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합은 오라클의 입장에서는 “데이터 주권 + 글로벌 PaaS 활용 + 예측 가능한 비용/지원”을 동시에 만족시고,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고객 확보 및 매출을 만들어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모델을 CrossCloud라고도 부른다. 아래는 관련 성과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 고객 레퍼런스 가속: Vodafone, Voya, MSCI, Fonterra 등 대형 고객 도입 공식화(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가속 사례로 발표)
  • 오라클 FY25 Q4 실적 발표에서 “아마존·구글·애저에서 발생한 멀티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매출이 분기 간(3Q→4Q) 115% 성장”이라고 직접 언급. FY26에도 세 자릿수 성장 지속 전망 
  • 2025년 9월 실적에선 OCI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전망을 상향했고, 멀티클라우드 관련 매출이 분기 기준 1,529% 증가했다고 보도됨(로이터). 대형 멀티클라우드 계약 다수와 함께 추가 데이터센터 37곳 계획도 공개

국내에서도 이 구조를 “X@KR”(예: DB@KR, VectorDB@KR, Inference@KR) 형태로 로컬라이즈하면, 데이터 주권과 고급 PaaS 접근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6. 세 가지 우려와 해법
① 국외반출?
  • 최선: In-Region 배치로 해외 PaaS를 국내 리전에 실제 탑재.
  • 차선: 사설 상호연결+경계면 통제(PrivateLink, 비식별/요약 데이터만 외부 허용, 키는 국내 HSM 상주).
② 가격 경쟁력?
  • 이중 과금 제거: 상호연결 구간 egress 면제/로컬 SKU를 공동 가격표에 못 박는다.
  • 단일 과금/정산: ‘국내 CSP 포털에서 해외 PaaS 구독’ → 한 장의 세금계산서.
  • 약정/리베이트: Committed Use·예약형 할인 + 공동 크레딧으로 단독 대비 TCO 우위를 숫자로 증명.
  • 간접비 절감 반영: CSAP 심의·감사 증적 자동화로 숨은 비용을 줄인 효과를 TCO에 포함.
③ 기술 지원 약화?
  • Co-Support 런북: 1차(국내 관제) ↔ 2차(해외 백엔드) 공동 지원 절차를 계약에 명시.
  • SLA 분담과 단일 대시보드: 게이트웨이/상호연결/외부 PaaS의 SLA와 장애 책임 경계를 한 화면에



7. 결론
국내 CSP가 하이퍼스케일러처럼 폭과 스케일로 승부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잘하는 건 국내 DC·규제 준수·현장 대응이고, 부족한 건 PaaS 폭이다. 정답은 단순하다. 경계면의 가치를 제품으로 만들자. 국내 CSP는 규제와 신뢰의 도어맨, 해외 CSP는 풍부한 PaaS/AI의 창고. 이 역할 분담을 전제로 In-Region 배치 + 사설 상호연결 + Co-Support + 단일 과금을 묶어내면, 고객 입장에서는 “국내용 안전·글로벌급 기능·예측 가능한 비용·한 곳의 지원”이 동시에 성립한다.

국내 CSP는 대부분 IT 계열사나 만들고 서비스하고 있다. 무리한 서비스를 계속 진행하는 것보다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경계면 전략'을 빠르게 실행하고, 증명해낸다면, 계열사들도 좋아할 것이다. 계열사들은 그룹사 눈치보면서 CSP 선택도 못하고, 클라우드 전환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게임의 룰을 바꾸면, 승산은 충분하다.
2025/09/30 12:59 2025/09/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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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카오톡의 업데이트와 사용자들의 반발
최근 카카오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여러 기능이 바뀌었지만 핵심은 채팅 기능 업그레이드, 소셜 피드 형태로 재편된 탭, AI 통합이다. 카카오는 “대화하러만 들어오는 공간”에서 “콘텐츠·서비스·AI 제안과 검색을 돌아다니며 소비·실행하는 공간”으로 포지션을 전환하겠다며, 목적형 서비스에서 탐색형으로의 변경을 공식화했다.

이런 메신저의 진화는 새삼스러운 흐름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라인은 메시징+피드(VOOM)로 체류 시간과 광고 비중을 키웠고, 위챗은 메신저를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해 광고·결제·콘텐츠까지 흡수했다. 왓츠앱 역시 Channels로 ‘소비형’ 동선을 열었다. 카카오 역시 슈퍼앱으로서 이미 다양한 탐색형 콘텐츠를 제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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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용자 반응은 싸늘하다. 대체제를 찾는 글이 늘고, 자동 업데이트를 끄고 이전 버전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프로필 업데이트 공유 해제’가 더 중요하다며 설정 변경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제발 개발자 욕은 하지 말아달라”,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하소연성 글이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서비스 개편에 사용자의 반발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칠 단계는 넘어섰다고 본다. 해석의 각도는 여럿이겠지만, 이 글에서는 JTBD(Jobs To Be Done) 관점에서 현 상황을 정리해보고, 거기에 개인적 견해를 덧붙여 보겠다.



2. 제품 기획의 방향성, JTBD
JTBD의 강점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고객이 지금 어떤 일을 끝내려는가를 먼저 묻는 프레임이다. 기능 목록을 줄 세우거나 페르소나 스토리를 늘어놓는 대신, 상황(Situation)–일(Job)–원하는 결과(Outcome)에 초점을 맞추면 제품이 훨씬 결과 지향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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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텐센이 주장한 관점 하나로 요약된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 ‘고용(hire)’한다.” 여기서 ‘일(Job)’은 기능 자체가 아니다. “지금 떠오른 생각을 지체 없이 전달하고 상대가 바로 이해하게 만든다” 같은 상위 목적이다. 같은 사람이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고용하는 제품이 달라진다. 그래서 JTBD는 사람(Who)보다 상황(When/Why)을 더 중요하게 본다.

다른 프레임워크와 굳이 비교를 하자면 
  • 기능 중심: “폴더 공유, 댓글, 알림 추가” → 무엇을 늘렸다.
  • 페르소나 중심: “30대 직장인 A는…” → 누구에게 맞춘다.
  • JTBD 중심: “회의 직후, 합의 내용을 5분 안에 배포하고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지 결정한다” → 어떤 결과를 만든다.

결론적으로 JTBD는 “수단”보다 “결과”를 우선한다. 그래서 “이 기능이 멋있다”보다 “그 결과가 빨라졌나?”로 판단이 바뀐다.



3. JTBD 관점에서 본 이번 개편의 문제
사용자 행동을 JTBD로 끊어보면, 이번 카카오톡 개편의 핵심 문제는 단순하다. '사용자가 카톡을 고용(hire)하는 1순위 일(Job)'과 이번 릴리즈가 체감시키는 전달값이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3.1. 이전 사용자 핵심 JTBD는 “빨리 연락·합의·정산”
키워드는 즉시성 · 가벼움 · 예측 가능성이다. 사용자는 연락 → 합의 → 실행(메시지, 예약,정산 등)을 최소한의 클릭과 시간으로 끝내고 싶다.

3.2. 이번 릴리즈의 사용자 체감
탭/피드 중심의 탐색 동선의 변하면서 프로필 타임라인, 숏폼(숏비디오)가 전면에 들어온다. AI 연동을 한다고 하지만 다음 달부터 본격화 예정이라 체감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요컨대, 볼거리(탐색)는 늘었지만, 연락→합의→실행의 동선은 증가되었다.

3.3. 사용자 반발이 강한 이유
  • JTBD 불일치: 사용자는 ‘빨리 끝내기’를 원하지만, 릴리즈는 ‘볼거리’에 초점.
  • 근육기억 파괴: 수년간 학습된 탭/아이콘 동선이 바뀌며 인지 부하가 증가. “작은 변화”도 사용자는 큰 불편으로 느낀다.
  • 가치 출시 시차: 핵심 가치(요약·검색·에이전트 실행)는 다음 달. 현재는 UI 변화만 체감되어 기대–경험 갭이 커진다.
  • 피드 피로 + 프라이버시 불안: 이미 인스타/틱톡이 있는 상황에서 채널 중복 피로가 높고, 추천/요약이 개인 대화에 개입한다는 인상은 방어적 반응을 유발한다.
3.4. JTBD 기반 ‘기대 ↔ 전달값’ 갭 매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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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점수는 1~5 척도이며, Gap = 중요도 − 만족도, Opp.(기회점수) = 중요도 + (중요도 − 만족도)이다. Outcome은 사용자 리서치 없는 개인적인 가설이다. 그래서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사용자들은 채팅 내 약속 장소 결정해서 예약을 자동으로 해주거나 캘린더에 자동 등록해주는 기능을 바라지, 지인 프로필이나 숏폼 소비에는 관심이 작다는 것은 크게 틀리지 않은 해석일 것이다.



4. Fit-to-Expectation
카카오는 이번 반발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는 고객의 요구를 들었다”는 빠른 제스처가 먼저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선언을 해야 한다.

4.1. 메시징은 기본값, 탐색은 옵트인
가장 문제가 되는 첫번째 탭의 탐색 부분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한다. 당장 안된다면 계획이라도 발표할 필요가 있다.

4.2. 대화창 기능 강화
곧 추가되는 AI 기능과 채팅창의 결합에 대해 사용자 기대감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 실제 예시 시나리오를 광고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화면 전환이 줄어들고 편해진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4.3. 대고객메시지는 기능이 아니라 결과로
전면 카피: “대화가 끝나는 시간 30% 줄였습니다. 채팅 안에서 3클릭.”. 과거에는 채팅→검색→지도→예약앱… 등의 과정이었다면  채팅→제안 카드→완료(3클릭)로 AI통해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5. Shift-Expectation
그렇다고 카카오정도 되는 규모의 플레이어가 Fit만 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카톡을 고용하는 이유(“빨리 연락·합의·정산”)를 해치지 않으면서, 탐색=발견→실행의 가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핵심은 탐색을 ‘볼거리’가 아니라 ‘hire'에 도움이 되는 힌트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5.1. 원칙(Principles)
  • Exploration = Action
    • 피드/탐색은 “구경”이 아니라 카카오의 본질인 '대화'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 대화 맥락을 단축시키는 실행 단서이거나, 새로운 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 Context-first, Content-second
    • 맥락(대화·통화·일정)이 먼저, 콘텐츠는 그 맥락을 즉시 실행으로 잇는 재료여야 한다.
  •  Gradualism
    • 급진적 UI 전개 금지. 옵트인→기본 약하게→점진 강화 순으로 장기 도입하여 사용자의 반감을 완화시켜야 한다.

5.2. 제품·UX: 탐색을 “실행 카드”로 연결
  • 맥락 민감 카드(Contextual Action Cards)
    • 모임 대화 → “지도/거리/혼잡도/예약 버튼” 카드 한 장
    • 결제/정산 얘기 → “더치페이 계산→송금 요청” 카드
    • 통화 종료 → “요약→액션(캘린더·할 일·공유)” 카드
  • 피드의 재해석(NOW/숏폼)
    • 정보성/생활형 콘텐츠에 즉시 실행 버튼(길찾기·예약·장보기·쿠폰)을 기본 부착.
    • 소비형 숏폼 비중은 줄이고, 행동 전환형 숏폼(예: “근처 주차 쉬운 식당 3”)을 늘린다.
  • 앱 전환 최소화
    • 가능한 한 톡 내 결제/예약/정산으로 닫히게 하고, 외부 앱은 딥링크 1클릭.



6. 지금은 “끝내기”를 복구하고, 탐색은 “실행의 촉매”로 길게 키워라
이번 개편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카카오는 더 이상 “메시지 앱”에 머물 생각이 없다. 문제는 사용자가 카톡을 고용하는 이유와 지금 손에 잡히는 경험 사이의 간극이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제스처가 필요하다. “메시징은 기본값, 탐색은 옵트인”이라는 단 한 줄의 선언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질 수 있다. 사용자는 ‘내 일(연락·합의·정산)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안심을 얻고, 카카오는 신뢰라는 시간을 번다. 그 다음에야 “탐색”을 꺼내도 된다.

둘째, 탐색을 ‘구경’이 아니라 ‘끝내기의 힌트’로 재정의해야 한다. JTBD 프레임으로 보자. 사람들이 카톡을 여는 이유는 언제나 같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그렇다면 피드가 보여줘야 할 것은 자극적인 숏폼이 아니라, 대화의 다음 단계로 바로 이어지는 실행 단서다. 모임 얘기에는 거리·혼잡·예약 버튼이 붙은 한 장의 카드가, 정산 얘기에는 더치페이와 송금 요청이, 통화가 끝나면 요약과 일정 추가가 자연스럽게 등장해야 한다. “탐색=실행”이 되는 순간, 사용자는 굳이 다른 앱으로 떠날 이유가 없다.

셋째, 장기전의 언어를 쓰자. 급격한 UI 실험은 근육기억을 깨뜨린다. 반대로, 사용자가 스스로 “이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은 천천히 누적된다. JTBD의 미덕이 여기 있다. 기능을 밀지 말고, ‘일이 더 빨리 끝났다’는 체감을 꾸준히 선물하면 된다. 결과가 쌓이면 기대가 바뀐다. “카톡은 메시지 앱”에서 “카톡에서 다 끝난다”로.

마지막으로, 신뢰를 전면에 내세우자. 개인화·요약·추천이 얼마나 똑똑한지보다, 그것들이 어디서 처리되고 무엇을 남기지 않는지를 더 크게 말할 필요가 있다. JTBD의 감정적 Job—“안심하고 쓰고 싶다”—를 놓치면 어떤 전략도 오래가지 못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카카오는 지금 당장 ‘끝내기’를 복구해야 한다. 동시에, 탐색을 ‘실행의 촉매’로 천천히 키우는 장기전을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두 축을 JTBD라는 공통 언어로 묶어라. 사용자는 결과로 설득된다. 대화에서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 클릭 수, 그리고 마음의 불안—이 세 가지가 줄어드는 순간, 탐색형 메신저는 구호가 아니라 습관이 된다.
2025/09/26 09:41 2025/09/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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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코어의 지표
최근 CEO 스코어가 국내 주요 기업들의 AI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네이버와 LG가 뒤를 이었다는 소식은 여러 매체에서 빠르게 전파됐다. 흥미로운 결과지만, 여기서 멈추기보다는 이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고, 또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순위를 소비하는 대신, 그 속에 깔린 평가의 프레임과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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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스코어는 국내 191개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논문, 인력 등 여섯 가지 지표를 기반으로 AI 경쟁력을 점수화했다. 구체적으로는 ▲특허 피인용 수(기술력), ▲특허 등록 수(특허 활동), ▲AI 학회 논문 등재 수(학술 활동), ▲논문 인용 수(연구 영향력), ▲AI 기술 인력, ▲AI 전공 인력 등이다. 항목별 1위를 100점으로 잡고, 나머지를 상대적으로 환산하는 구조다.



지표의 해석
이 프레임은 분명 유효하다. 특허와 논문, 그리고 인재 규모는 기업의 기술적 토대를 보여주는 정량 지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R&D 중심의 지표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 1등을 기준으로 상대평가를 하다보니 지표의 요소가 다양해질 수록 하위 순위에 있는 기업들의 점수가 낮아보이는 착시가 생긴다.

추가적으로 여기에는 실제 시장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방식으로 매출과 연결되는지가 빠져 있다. 데이터의 독점성이나 인프라 역량, 혹은 생태계 주도권 같은 요소들도 측정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평가는 “연구개발 역량을 수치화한 결과”로 읽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기업의 AI 경쟁력을 한눈에 보여주지만, 그것이 곧바로 사업성과나 시장 영향력을 대변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면, 삼성전자를 600점 만점으로 하다보니 제조업에서 LG 155점, 현대차 30점은 사실상 레벨이 다른 스케일을 보여준다. LG는 일부 가전/배터리/AI연구원 중심으로 활동, 성과가 있지만 범위와 인력에서 차이가 나고, 현대차는 자율주행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AI 연구 저변이 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차보다 삼성전자의 AI 역량이 20배 높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건데 말이다.



현재 지표에 추가를 해보자면 
그렇다면 실제 기업의 AI 역량을 제대로 보려면 어떤 지표가 필요할까? 진짜 경쟁력을 보려면 사업화, 데이터, 인프라, 생태계까지 포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즉, 기술적 역량(R&D)에 더해, 사업성과·자산·네트워크까지 고려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래는 추가 지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이다.

(1) 사업화 지표
  • AI 매출 비중: 전체 매출 대비 AI 관련 제품/서비스 기여도(예: MS Azure AI 매출, AWS AI 서비스 매출)
  • AI 서비스 론칭 수: AI 기반 서비스/솔루션의 출시 및 유지 건수
  • 고객 확보: AI 솔루션의 B2B 고객 수, 혹은 사용자 수
  • 특허/논문 → 제품화 비율: 연구성과가 실제 제품·서비스로 연결된 정도
→ 문제: 기업별로 AI 매출을 구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선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

(2) 데이터 지표
  • 데이터 자산 규모: 기업이 보유·접근 가능한 데이터셋의 크기(예: 영상, 의료, 금융 등)
  • 데이터 독점성: 경쟁사 접근이 어려운 데이터(예: 네이버 검색 로그, 카카오톡 대화 로그, 삼성 헬스 데이터)
  • 데이터 품질: 정제율, 라벨링 수준, 멀티모달 여부
  • 데이터 활용도: 실제 모델 학습/서비스에 활용된 비율
→ 문제: 데이터는 기업 내부 자산이라서 외부 검증이나 정량화가 어렵다는 점

(3) 인프라 지표
  • AI 전용 GPU/TPU 보유량: 자체 보유 연산 자원의 규모
  • 클라우드/온프레미스 인프라 운영능력: AI PaaS 제공 여부, 대규모 분산 학습 가능 여부
  • 모델 파운데이션 보유 여부: 자체 LLM, CV 모델, 멀티모달 모델
  • 에너지/비용 효율성: AI 워크로드 대비 에너지 사용량, TCO
→ 문제: GPU 보유량 같은 건 추정 가능하지만, 효율성이나 실제 활용도까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4) 생태계 지표
  • 오픈소스 기여도: GitHub 스타·Fork 수, 주요 라이브러리 기여 내역
  • 학회/컨소시엄 참여: AI Alliance, MLCommons 등 글로벌 컨소시엄 참여 정도
  • 파트너십/투자: AI 스타트업 투자·인수 건수, 파트너십 수
  • 인재 네트워크: 산학연 협력, 석·박사급 인재 영입 현황
→ 문제: 정량화 지표(스타 수, 투자 건수)는 가능하나, 네트워크 효과나 영향력은 질적 평가가 필요



새로운 지표를 적용해보니
이런 지표를 혼자서 정리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상당수의 지표 요소들이 비공개 자료이기 때문에 정확할 수도 없다. 다만,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궁금해서 AI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쓰는 만큼 정확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R&D 점수는 CEO 스코어 자료를 기본으로 했다. 다만, 업종별로 상이함을 감안하여 업종별 1위를 100점으로 하고 상대점수를 매겼다. 다만, 공개 자료가 부족한 금융사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룰을 적용하였으니 이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AI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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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이긴 하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 삼성전자의 압도적 우위: 제조업에서는 사실상 다른 기업과 비교 불가한 레벨
  •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 네이버가 학술+데이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확실한 우위
  • 통신사의 인프라 경쟁: KT는 GPU 투자와 B2B AI 매출로 앞섰고, SKT는 생태계(얼라이언스)에서 강점
  •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 업스테이지와 뤼튼처럼 규모는 작지만 특화된 영역에서 의미 있는 점수를 기록
즉, R&D 절대 강자 vs 특화·사업화 강자라는 이중 구도가 국내 AI 사업의 모습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지표화가 중요한가 
AI는 더 이상 연구실 안의 기술이 아니다. 특허와 논문을 넘어, 데이터·인프라·생태계와 같은 요소가 기업의 미래 성장을 결정한다. 따라서 기업의 AI 역량을 지표화하고 이를 분석하는 일은 단순히 순위를 매기기 위한 게 아니다.

이 과정은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확인하고, 투자자가 기업 가치를 해석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더 나아가 이런 데이터가 공개적으로 쌓일수록,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이는 기술력만이 아니라 사업성과·지속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AI 경쟁력을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곧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직결된다. 지금은 특허와 논문에 머무르지만, 앞으로는 더 넓고 현실적인 지표 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한국 기업의 AI 경쟁력을 제대로 드러내고, 시장과 사회가 그 가치를 이해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참고로 이번에 AI를 통해 시뮬레이션 돌린 결과는 이곳의 가장 아래쪽에 올려두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참고하기 바란다. 
 
2025/09/11 11:15 2025/09/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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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모바일 시장 자료
1. 거대한 AI 전환의 파도
지금 우리는 흔히 ‘제2의 산업혁명’ 혹은 ‘지능 혁명’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18세기 증기기관이 인간의 근육 한계를 무너뜨렸다면, 21세기의 AI는 인간의 두뇌를 확장하며 인류 문명의 OS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둘러싸고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프라를 동원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메타와 테슬라가 기가와트(GW) 단위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엔비디아 GPU를 둘러싼 전 세계적 쟁탈전이 벌어지는 현실은 AI 경쟁이 국가 단위 게임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우리는 근본 기술 경쟁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서비스 혁신에 집중할 것인가?”



2. 카카오톡 서비스의 위기
카카오는 지금까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라는 독보적인 서비스 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2025년 2분기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4,910만 명으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지표 속에는 분명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카톡의 올 2분기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약 4910만명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사용 중이지만, 이용시간은 지속 감소 중이다. 지난 8월 카카오톡의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674분으로, 2021년 7월(800분) 대비 16%가량 줄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이미 1인당 이용 시간이 추월당했고, MZ들에게는 '필수지만 구식인 앱'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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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 대표이사의 사법 리스크가 기업 신뢰도를 흔들고,
  • 새로운 혁신 서비스는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 자회사의 문어발식 확장은 “매출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정부가 추진한 K-AI 프로젝트에서도 탈락하면서, 기술 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줄 기회마저 놓친 상황이다. 즉, 카카오는 여전히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이지만, 혁신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3. 기술적 한계와 카나나(KaNaNa)의 교훈
카카오는 사실 누구보다도 일찍 AI에 관심을 가졌다. 2017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AI 전문 연구조직인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고,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직접 주도하며 인재 확보에도 나섰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그 성과는 'ZERO에 가깝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 카카오브레인은 글로벌 AI 빅테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했고, 심지어 국내 경쟁사 네이버의 HyperCLOVA에도 한참 뒤처졌다.
  • 최근 공개한 자체 언어모델 카나나(KaNaNa) 역시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발자 커뮤니티나 일반 사용자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
  • 카나나 발표 직후 카카오 주가가 하락했고, 애널리스트들은 “구체적 수익화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정부 과제 탈락과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AI 기술력에 대해 “일찍 시작했지만 남은 건 거의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카카오는 AI 기술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서비스 기업으로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는 배경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4. 챗GPT 통합, 전략적 선택
이렇다보니 카카오의 AI 전략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바로 카카오톡에 챗GPT를 직접 통합하는 전략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친구와의 채팅 중에 챗GPT 검색 결과를 공유하거나, 하루에도 수십 번 접속하는 카카오톡 핵심 화면에서 챗GPT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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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컨데 카카오톡 채팅 탭에 챗GPT 아이콘을 넣고, 친구와의 대화 맥락 속에서 GPT를 불러내거나 샵(#) 검색과 연동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 사용자 경험: 앱을 떠나지 않고 GPT를 쓸 수 있는 편리함, 새로운 재미, 체류 시간 증가 → 단기적으로 긍정적 효과
  • 카카오 입장: 서비스 위기(이용 시간 감소, 이미지 하락)와 기술 부재(카나나 실패, 카카오브레인 무력화)를 동시에 커버하는 카드
즉, 이 선택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상징한다.



5. 카카오는 서비스 기업인가, 기술 기업인가
개인적으로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깊은 인연이 있다. 다음은 "서비스 기업인가, 기술 기업인가"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굉장히 많이 했던 기업이다. 다음을 인수& 합병한 카카오는 그동안 '기술 기반의 혁신 기업'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사실상 기술 리더십을 포기하고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규돈 CTO가 최근 카카오 기술 블로그에서 강조한 메시지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LLM은 OS이고, 카카오는 그 위에서 오케스트레이션과 AI 네이티브 전환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근본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닌, 외산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 UX와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전략으로 노선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반 기술보다는 응용 서비스에 강점이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서는 어쩌면 굉장히 스마트하고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카카오의 지난 궤적과 시장의 기대, 그리고 정부의 기조와는 다르다는게 문제이다.



6. 시장의 반응
아직 카카오와 오픈AI의 서비스 통합이 공식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라 ‘시장 반응’을 단정적으로 논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사용자 관점에서는 챗GPT를 카톡 안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요소가 있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그것은 최근 몇 년간 카카오는 서비스 기업으로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집중했던 것은 카카오톡을 메인 플랫폼으로 한 계열사 확장과 매출 다변화였고, 그 결과 계열사 수는 한때 100개를 넘어섰다. 신규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는 기억조차 희미하다. 이런 궤적 속에서 챗GPT 통합은 혁신적 서비스 전략이라기보다는 외산 의존을 통한 단기 처방처럼 읽힌다.
[ 카카오 계열사 수 변동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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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카카오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심리 역시 부정적일 것이다. 기술 리더십을 상실한 상황에서 외부 기술에 의존하는 선택은 카카오의 성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연동이 아니라, “카카오가 기술 기업이 아니라는 자기 고백”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물론 카카오는 오는 9월 23일 ‘이프카카오’ 행사에서 “챗GPT는 카카오 AI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할 것이다. 3개월 전 공개한 AI 가드레일 모델 3종과 '카나나-1.5-v-3b'와 MoE 언어모델 '카나나-1.5-15.7b-a3b'등을 내세우며 오케스트레이션 구조 안에서 자체 AI 기술의 역할을 부각시키려 하겠지만, 이미 시장의 인식 속에서 카카오가 기술 기업으로 남아 있을 여지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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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결론: 단기 성과와 장기 리스크

카카오가 챗GPT와의 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는 분명하다. 카카오톡은 다시금 신선함을 회복하고, 체류 시간은 늘어나며, 사용자들은 카톡을 떠나지 않고도 최신 AI 경험을 접할 수 있게 된다. “필수지만 구식”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서비스 이미지를 덧입힐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위험 신호가 더 크게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카카오는 혁신적인 서비스보다는 계열사 확장과 매출 다변화에 치중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카카오브레인과 카나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는 실패했고, 이번 GPT 통합 역시 “외산 의존”이라는 꼬리표를 피하기 어렵다. 이는 카카오의 아이덴티티를 “기술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는 자기 선언처럼 읽힐 수 있다.

정책적 리스크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부가 강조하는 ‘소버린 AI(국가 기술 주권)’ 기조와 카카오의 선택은 정반대에 위치한다. 단순히 지원 축에서 소외되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규제·정책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 리더십 상실로 인한 차별화 포인트 부재, 기업가치 성장성 약화가 우려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카카오톡 대화가 OpenAI로 흘러가는 구조는 보안·프라이버시 불안, 그리고 국산 서비스 정체성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할 수 있다.

즉, 카카오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 생존 전략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술력 상실, 정책적 불이익, 사용자 신뢰 위기라는 삼중의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카카오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선택이 향후 “생활 속 AI 대중화의 성공 사례”로 기록될지, 아니면 “혁신 없는 기업 이미지의 굳어짐”으로 남을지는 결국 카카오가 앞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서비스 혁신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2025/09/08 16:09 2025/09/08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