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컨텐츠 이야기


하드웨어 경쟁의 종식과 모바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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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MWC 2014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 센터에서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를 진행했다. 흔한 제품 발표 행사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기업이 고심하여 만든 결과물인만큼 이를 통해 시장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언팩행사를 보고 느낀 몇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하드웨어 영향력 약화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2014년 상반기 전략단말기인 '갤럭시 S5'를 공개했다. 그런데, 사양만을 살펴보면 밋밋하기 그지없다. 전작인 갤럭시 S4에 비해 0.1인치 늘어났고 1천600만 화소 ISOCELL 방식의 카메라 정도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해상도는 루머를 통해 예상되었던 2560x1440이 아닌 1920x1080에 불과하다. 64비트나 새로운 코어 아키텍터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발전이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운로드 부스터'라는 네트워크 기능과 함께 방진, 방수 기능, 지문인식 등과 같은 세밀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매년 코어 개수를 2배로 늘려왔던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큰 체감을 하기 어려운 기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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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반응은 아이폰 5S의 발표를 보고 혁신 유무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과 유사하다. 하드웨어 경쟁을 통한 차별화를 어필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이 구체화된 것이다. 생활밀착형 스펙과 UX가 더욱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대형 제조사들의 프리미엄 고가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갤럭시 S5의 출고가가 S4보다 낮을 것이라는 루머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의 필요성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언팩 행사의 주인공을 갤럭시 S5로 보고 있지 않다. 언팩 행사 이전에 공개한 삼성 기어 2, 삼성 기어2 네오와 당일 발표된 삼성 기어 핏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예상치 못했던 삼성 기어 핏에는 첫인상이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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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로서는 기어 시리즈를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찾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을 한 셈이다. 이것저것 모든 것을 담으려고 했던 전작에 비해 확실한 사용성도 제시했다. 실시간 피트니스 코칭 기능을 탑재하여 운동량 관리가 가능한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고 헬스케어를 통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뜻이다.

스마트폰과의 관계정립에도 변화가 보인다. 기어 시리즈는 갤럭시 노트3에 모든 것을 의존했던 '컴패니언 제품'에서 독자적인 기기로 포지셔닝됐다. 스마트폰과 연동되지 않아도 심박센서를 통해 독자적으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어시리즈에서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떼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대형 제조사의 모습이 투영된다.



제조사의 속성과 한계

삼성 기어 핏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제조사의 속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제품이다. 사실 기어핏은 제품군으로 볼 때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의 중간쯤 위치하고 있다.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이유는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경쟁이 예상되는 나이키 퓨어밴드나 핏빗 등과는 대조적으로 기어 핏은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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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사용성에 필요한 스펙인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제품 가격, 배터리, 무게, AS 등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이것은 TV 브라운관을 모태로 성장한 대형 제조사의 속성에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음향기기를 제외하고는 좋은 디스플레이가 제품이 경쟁력이었던 과거의 경험이 작용한 것이다. 이 부분이 제조사의 장점인지 한계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시장의 평가는 웨어러블 기기의 리더십을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는 대형 제조사가 가지고 갈지, 새로운 플레이어가 차지할지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웨어러블 기기는 대형 제조사끼리의 싸움보다는 산업군간의 경쟁 중심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4/03/02 21:14 2014/03/0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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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다는 완성도를 선택한 갤럭시 기어


왜 IFA인가?

오는 9월 6일~11일까지 개최되는 IFA 2013에 IT 업계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24년부터 시작된 IFA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전제품 박람회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TV나 음향기기가 주로 전시되었던 행사이다. 그런데, 유독 이번 IFA에 삼성, LG를 비롯한 대형 사업자들이 자사의 스마트 기기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IT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의 기대 심리를 반영한 듯, 간밤에 삼성전자가 모바일 언팩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번 행사에서 발표된 삼성전자의 제품은 갤럭시 노트 3, 갤럭시 노트 10.1, 갤럭시 기어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이하 갤기어)는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각종 언론과 IT 전문 블로그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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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중심의 IFA를 통해 갤기어가 발표된 것은 삼성전자의 초조한 심리가 반영된 듯 하다. 애플과 유일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항상 ‘Follower’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을 선도할 만큼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스마트워치(Smart Watch) 분야에서만큼은 선도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나 보다. 애플이 9월 10일(현지시간)에 개최하는 공개행사에서 아이워치(iWatch)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삼성이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무리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까지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워치 제품을 발표를 했다. 아이워치 발표가 내년으로 미루어질 것이라는 루머가 나중에 나오면서 삼성전자로서는 다소 허탈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혁신은 없었다.

어제 발표된 갤기어의 스펙은 1.63인치 수퍼아몰레드 화면에 320×320 해상도, 스테인레스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게는 73.8g이며 스트랩에는 190만 화소 카메라가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5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내장 메모리의 크기는 4GB이다. 가장 관심을 받았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적용 여부는 이번 버전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이미 떠돌던 루머나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오히려 루머를 통해 만들어진 기대심리보다는 떨어진다는 평이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존 제품과 비교를 해보아도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혁신보다 완성도(Well-Made) 위주라는 기존의 삼성전자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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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킬러 서비스의 부재

이번 갤기어의 발표는 철저하게 하드웨어와 기본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발견할 수 있는 시나리오나 킬러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 스마트워치들이 이미 제공하는 기능을 그대로 답습했을 뿐이다. 다만, 70여 개의 갤기어 전용앱을 잠깐 소개했다. 해당 앱들의 구성을 살펴보아도 카카오톡, 라인, 패스(Path), 스냅챗(Snapchat) 등의 SNS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 뿐 특별히 인상깊지는 않다.

삼성전자의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개발자 생태계 부재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원했다면 갤기어만의 고유한 서비스를 하나 쯤을 소개를 해주어야 했다. 만약에 그게 어려웠다면 풍성한 볼륨(Volume)이라도 제시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Innovative Mover’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S보이스의 역할

그나마 눈에 띄는게 S보이스의 활약이다. 갤기어의 우측에 있는 홈버튼을 두번 누르면 S보이스가 구동된다. S보이스를 이용해서 전화 수발신은 물론 일정과 알람 세팅, 날씨 확인 등과 같은 기본적인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스마트폰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S보이스가 이제서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찾은 듯 하다.

음성인식 기술은 애플의 시리와 같은 디지털 비서 컨셉 보다는 이번 S보이스처럼 입력(또는 기기 제어)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궁합이 맞아 보인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데이터를 축적한 S보이스는 향후 삼성전자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핵심 기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스마트워치 제품에는 존재하지 않는 갤기어만의 유일한 기능이기도 하다.



시장 성공 여부

컨셉 동영상으로만 접하는 제품은 실제 사용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갤기어에 대해 호의적인 인상을 받았더라도 구매를 하려면 고려할 부분이 많다. 매일 충전을 해야 하는 배터리, 발열 문제, 그리고 교체가 불가능한 스트랩 등은 이미 얼리 어댑터들에게도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도 성공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보다는 시장 반응을 먼저 보겠다는 듯하다. 갤기어는 갤럭시 노트3하고만 연동이 된다. 펌업을 통해서 기존 갤럭시 시리즈로 확대할 계획은 있지만 많은 모델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갤럭시 노트3의 액세서리 정도로 시작하면서 다음 버전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일반적인 제품과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제품을 경험한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기준으로 단점을 해결하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서 제대로 된 차기 모델을 계획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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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이후,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중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갤기어를 스마트워치, 페블 등과 같은 기존 제품과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키 퓨얼밴드와 비교하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삼성은 이러한 반응을 통해 사용자들이 갤기어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고객들은 멋진 디자인과 필요한 기능 하나에 최적화된 심플한 기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양한 선택 자체가 장점이 될 수 있는 서비스의 볼륨을 보여주어야 한다.



* 이 글은 제가 C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글은 http://www.cnet.co.kr/view/22779 에 있습니다.
2013/09/11 00:41 2013/09/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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