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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1위와 온라인 1위

1873년에 세워진 '반즈앤노블'는 오랫동안 미국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서점이다. 2012년 7월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689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674개의 대학 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반즈앤노블'의 최대 경쟁사는 오프라인 2위 서점(보더스)이 아니라 인터넷 기업인 '아마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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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아마존은 DVD, 옷, 가구는 물론 각종 디지털 컨텐츠까지 판매하고 있지만 사이트를 오픈할 때(1995년 7월)는 'World's Largest Bookstore'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하였다. 양사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사업의 근간이 '책 판매'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보니 오랫동안 경쟁 구도를 가지고 고소, 고발이 난무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을 깨뜨린 것은 e잉크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대중화였다. 이들은 서적의 소비가 아날로그(종이)에서 급격하게 디지털로 옮겨가도록 만든 변곡점이었다. 이들은 디지털 서적(eBook)에 대한 현명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점의 위기

최근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는 조금 심각하다. 숫자를 살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의 오프라인 서점의 수는 1995년 7300개에서 2012년 1230개로 빠르게 감소하였다. 국내에서도 99년 4,595개였던 전국의 서점이 10년만에 1,825개로 줄어들었다. 규모의 경제도 먹히지 않는다. 2011년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오프라인 서점인 보더스(borders)가 파산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온라인 서점이 반사이익을 받는 상황도 아니다. 전체적인 도서 소비에 대한 시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작년(2012년)에 온라인 서점 5위권에 들었던 대교리브로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오프라인 서점이 줄어들고 유통채널이 작아지면서 출판업계는 오래전부터 불황을 겪고 있다. 생산자가 줄어드니 판매할 제품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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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서 업계 전체가 힘들어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모바일 게임을 비롯해서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가 많아 지면서 독서 시간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소셜의 발전으로 쉽게 읽을 거리를 접할 수 있으며 짧은 글의 소비에 익숙해지고 있다.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정보를 접하거나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유일한 탈출구는 전자책

도서 업계는 이러한 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은 '전자책'이라고 보고 있다. 전자책을 통해 도서 소비가 다시 증가하리라는 기대감은 아니다. 제작 및 유통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종이책보다 마진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추천을 통한 구매 유도, 광고 수익 및 연관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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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앤노블과 아마존은 이러한 전자책 대응에 가장 적극적이며 선두에 서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전자책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과 결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1위 사업자의 행보

아마존의 대응 전략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컨텐츠 유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바이스를 직접 제조하기로 한 것이다. 2007년 11월에 공개한 Kindle부터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 PC인 'Kindle Fire' 시리즈까지 다양한 기기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의 단말 관련 매출은 부침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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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수익 구조이다. Kindle Fire 시리즈의 판매가격은 원가 이하로 알려져 있다. 매출은 증가하지만 실제 수익이 없는 장사인 것이다. 아마존은 기기를 보급 한 후에 컨텐츠를 판매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익은 대당 약 $136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프라인 1위 사업자의 행보

반즈앤노블 역시 아마존 못지 않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2009년, 경쟁사인 아마존이 Kindle을 출시하자 대항마로 전자책 단말기인 ‘Nook’를 시장에 내놓았다. Nook를 전면에 내세우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다양한 앱들도 제공하고 있다. 누크와 전용앱을 통해 할인 쿠폰을 제공하여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을 유도하였다.



스마트폰용 앱을 통해 고객들이 찾는 책이 매장 내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기도 했다. 매장 내에 최신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최신 스마트폰을 진열해 놓았다. 로비오와 제휴를 통해 누크 시리즈에 ‘앵드리버드’ 게임을 선탑재를 하기도 했다.

2012년, 반즈앤노블은 전자책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누크미디어’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3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율을 반즈앤노블은 82.4%, 마이크로소프트는 17.6%를 각각 보유하였다. 누크미디어는 누크의 제조와 함께 소프트웨어 카탈로그, 전자책 도서관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 대결의 결과는

그 대결의 결과는 아마존의 압승이다. 아마존은 Tablet PC 시장의 11.5%에 해당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반즈앤노블의 Nook는 1.9%에 불과하다. 판매되는 전자책 컨텐츠에서도 Kindle은 73%라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Nook는 1%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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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말 성수기 동안 누크 매출은 전년대비 12.6% 감소한 3억1000만달러에 불과한 성적표를 보였다. 2013년 6월 25일, 반즈앤노블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분기의 누크 매츨이 34%나 급락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밝혔다. 얼마전, CEO였던 윌리엄 린치가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기도 하였다.



오프라인 사업자의 한계

Nook의 실패 원인은 기본적으로 제조 기술력에 있다. Android를 Fork하여 자체적으로 개발한 Kindle과 달리 Nook은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효율적인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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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략적인 관점으로 보면 '반즈앤노블'의 선택은 크게 흠 잡을 것이 없다. 오프라인 사업자의 가장 큰 장점은 집객할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반즈앤노블은 이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전용 앱을 통해 매장 방문을 유도하였고, 매장 내의 도서 위치를 알려주는 편의도 제공하였다. 다양한 스마트폰을 진열해서 IT기기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들을 유혹했다.

전략을 세우는 시작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적인 변화가 너무 빠른 IT 산업에서 이러한 전략은 무용지물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상품을 구매하고 패스워드 입력만으로 다양한 디지털 컨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전략은 전혀 매력이 없다. 파괴적인 혁신이 없는 변화는 시장에서 동작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존은 '파괴적인 혁신'보다는 환경적인 변화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용자들의 손안에 있는 단말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니 차라리 자사의 기기를 손에 쥐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 기기는 자사 컨텐츠를 구매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결국, 이번 대결 구도는 같은 상품을 판매하지만 전혀 다른 DNA를 가진 기업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결론을 맞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먼나라 이야기도 아니며, 단순하게 '반즈앤노블'과 '아마존'이라는 두기업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 있는 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좀 더 심각하고 무겁게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닿아 스마트 시대에 대응하고자 하는 전통매체 사업자들을 몇차례 만난 적이 있다. 만남의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그들의 모습에서 '반즈앤노블'의 상황이 투영되곤 한다.

여전히 변화 하려는 의지는 예전보다 강해지고 있지만 기존 자산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하다. 생존이 우려되는 상황에 있다면 '파괴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적인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손안의 기기가 중요한데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업의 DNA를 바꾸어야 하고 기존의 핵심 자산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다.
2013/07/17 19:10 2013/07/17 19:10
아크몬드

종이책 시장이 줄어드는 만큼 전자책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카카오톡 게임이나 다른 멀티미디어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에서 출판 업계의 고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의 현황도 한번 조사해주시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

재밌게 읽고 갑니다.

prek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블로그에 방문한지는 꽤 오래(몇년..) 되었는데 댓글은 처음 쓰는 것 같네요.

저는 본문 말미에 표현하신 국내 전통매체(교육출판)에서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데.. 많은 영감을 주는 글인 것 같습니다.

출판시장은 성장이 정체된지 오래고, 유통 플랫폼 사업자의 위상은 점점 커져가는 시점에서 콘텐츠 사업자의 뉴미디어 대응 및 디지털 전략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좋은 내용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