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왕국을 꿈꾸며!!! mobizen@mobizen.pe.kr

Posted
Filed under 원고 및 발표자료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닷컴기업이 등장하면서부터 온라인기업과 오프라인기업의 총성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상당부분의 실물 경제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레코드가게, 서점, 만화가게, 비디오 대여점들은 좀처럼 찾기 힘들어졌고 대형 미디어기업과 유통기업의 수익은 온라인기업들이 야금야금 빼앗아 가고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의 이러한 대결이 각자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던 게릴라전이였다면 앞으로는 전면전이 될 전망이다. O2O(Online-To-Offline)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형태의 서비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율이 높아지고 IoT와 웨어러블 기기의 등장, 그리고 핀테크의 성장으로 인해 예전보다 훨씬 폭발력있는 구성이 가능해졌다.
 
O2O는 KT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15년 ICT 10대 주목 이슈’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IC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현재 국내 O2O 거래액 규모를 15조원으로 보고있다.15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온라인 기업들의 O2O를 준비하는 모습은 천편일률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사용자 시나리오을 구상하는 것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매장 주변의 기기에 쿠폰이나 할인 정보를 발행해서 사용자들의 매장 진입을 유도한다. 매장 안에 들어와서 상품을 보고 있으면 제품의 상세 정보를 전달하여 구매를 촉진시키는 모습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시나리오는 5년전에도, 10년전에도 모바일업계에서 꾸준히 시도되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예전과 바뀐게 있다면 사용자의 위치를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비콘(Beacon)이나 고음파 대역을 활용한 Push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전부이다. 하지만, 과거 유사 서비스들이 실패한 이유는 기기나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Push로 전달되는 정보에 대한 사용자 거부감' 때문이었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정보'였던 메시지들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팸(Spam)'이었다. 더구나, Push가 전달되는 네트워크는 대부분 블루투스를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꺼놓고 돌아다닌다.
 
이렇게 스팸에 대한 거부감과 배터리 문제 때문에 Push 방식의 O2O가 초기에 안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2015년 O2O 시장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Pull 방식의 O2O 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Pull 방식의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필요(Needs)를 느끼는 시점부터 마지막까지 사용행태를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기업들의 O2O 커머스의 대표적인 사례인 배달앱을 보자. 음식을 주문하고자 하는 필요에 의해 앱을 실행(Pull)하고 원하는 장소로 배달을 해준다. 결제는 물론이고 포인트 적립 및 후기 공유 등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음카카오가 준비하고 있다는 카카오택시도 비슷한 형태이다. 사용자들의 니즈에 의해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Pull 하고 오프라인 재화를 구매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온라인 사업자의 O2O 서비스는 적용 범위에서 한계를 가지게 되고 사용행태를 강력하게 지배하기가 쉽지 않다. 필요한 정보가 온라인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능동적으로 Pull하게 유도하는데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반면에 전통적인 유통사업자나 오프라인 거점이 있는 사업자는 O2O 사업을 진행하는데 유리한 면이 있다. 거점 안으로 들어온 사용자는 대부분 명확한 니즈가 있기 때문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Pull을 유도시키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오랜 약점이었던 데이터 분석, 온라인 결제 솔루션, 추천 시스템들은 O2O 솔루션들이 많아지고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O2O 사업을 리드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스타벅스는 ‘Siren Order’를 통해 O2O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해당 앱을 통해 음료를 선택한 후 등록된 카드로 결제를 하면 주문이 완료가 된다. 음료 주문을 위해 따로 줄을 설 필요가 없고 곧바로 커피를 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올해 배달 서비스까지 기획을 하고 있다. 모바일앱으로 커피나 샌드위치 등을 주문하면 특정 장소로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로 내년에 미주 전역 전체에서 서비스 할 예정이다.



스타벅스의 사례는 대형 오프라인 사업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백화점이나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점에서 유사한 서비스들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솔루션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온라인 사업자와 제휴도 필요없다. 오히려 매장 안으로 유입된 이후의 고객들을 향해 푸시(Push)형 O2O를 시도하기에는 온라인사업자보다 유리한 편이다. 지금까지 온라인사업자에게 빼앗겼던 손님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경계가 붕괴되었음을 상징하는 신호탄이다. 어떤 사업자가 O2O 사업에서 최종적으로 웃을 수 있을런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사용자는 Pull 방식의 소비 행태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점이며 이러한 사용 행태를 지배하는 O2O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당분간은 오프라인 사업자가 유리함이 분명히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마트나 각종 체인점, 패스트푸드, 편의점 등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면 선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온라인 사업자들이 비콘으로 연동되는 앱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지만, 머지않아 오프라인을 돌아다니며 풀(Pull) 형태의 서비스 제휴를 하자고 제안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5/01/21 11:25 2015/01/21 11:25
Posted
Filed under 원고 및 발표자료
저가폰 등장의 배경

2011년에 330달러 수준이었던 전세계 스마트폰 ASP(Average Selling Price)는 2012년에는 320달러, 2013년에는 270달러까지 떨어졌다. 2014년 2분기까지의 ASP는 240달러로 집계된 상황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7년 스마트폰 ASP는 북미를 제외하고 지금보다 20~3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스마트폰의 ASP가 하락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선진 시장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미와 서유럽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80%, 국내 시장은 90%를 연내에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판매 수요가 줄어들다보니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흥시장은 아무래도 저가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두번째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가격경쟁력이 사용자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초기 시장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접목한 혁신성과 속도감이 중요했고 시장은 프리미엄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혁신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지금은 제품의 차별성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저가폰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제조사들

현재 스마트폰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LTE 시장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고 올해 스마트폰의 1/3이 판매된 곳이다. 인도는 세계 3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였고 조만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다보니 해당 국가에 있는 지역 제조사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샤오미, 레노버, 화웨이, ZTE, 원플러스 등과 같은 중국 제조사들은 애플과 삼성을 위협하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등장하였다. 화웨이와 샤오미, 레노보는 올 3분기를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5위에 차례로 올라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도 제조사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마이크로맥스, 카본, 라바는 보급형 저가폰을 만들면서 애플과 삼성 등이 뛰어들고 있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영국의 Tesco와 일본의 이온등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MVNO를 중심으로 직접 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주도하면서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구글도 저가 스마트폰 참여에 적극적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전세계 스마트폰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은 최근에는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100달러 이내의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안드로이드 원’이다.

‘안드로이드 원’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써드파티앱이 전혀 없는 순정 안드로이드가 탑재되며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왔을 때 빠르게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구글이 제조사들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표준 규격을 제공하며 원하는 제조사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도록 개방형 구조를 지향한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원이 적용된 첫번째 스마트폰을 인도에 출시하면서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의 통제를 본격화했다. 마이크로맥스, 카본, 스파이스 등 3개 인도 업체들과 제휴해 개발했으며 모두 10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파나소닉, 에이수스, 에이서, HTC, 레노버 등과 제휴를 통해 ‘안드로이드 원’ 프로그램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에서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제조사에게 직격탄

스마트폰 시장이 저가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ASP가 하락하면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장세를 유지해 온 기존 제조사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삼성과 LG와 같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직격탄이 된다.

삼성전자의 2014년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IM 부문 영업이익은 3년만에 1조원대로 떨어졌고 전체 영업이익에서의 비중도 42.5%로 떨어졌다.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ASP가 낮아지면서 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LG 전자의 3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ASP 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전체 시장의 분위기에 맞추어 출고가를 낮추거나 외부 환경 변화를 넘어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삼성과 LG는 두가지 방법 모두를 시도하고 있지만 일차적으로 중저가라인업 강화가 눈에 띄인다. 출고가 41만원 가량인 삼성의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와 26만원 가량인 LG의 ‘L70’이 탄생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삼성과 LG가 100달러 미만 폰을 만들 수 있을까?

제조사들이 일정 금액까지 출고가를 낮추는 것은 사실 어렵지 않다. 하드웨어 스펙 자체를 낮추고 대량으로 OEM 조립품을 받게 된다면 일차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 보급형 단말의 라인업은 갖추어진다. 하지만, 이는 선진 시장에서 유효한 제품이며 오히려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과 충돌하게 되는 문제점을 가져온다.

중국과 인도에서 저가폰과 가격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100달러 수준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300달러가 넘는 중저가폰은 인도 근로자의 한달 소득과 맞먹는다. 더구나 신흥 시장은 선불 USIM이 일반화되어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보급형 가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50달러 스마트폰, 심지어 25달러 스마트폰의 개발도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초저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하드웨어의 원가 절약을 넘어서서 인건비, 특허 및 사용권 지불, 유통 마진 및 마케팅 비용 지출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원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중국 제조사들과 같이 AOSP 기반으로 해서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구글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한 삼성과 LG 로서는 큰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 OS에 대한 고려를 안할 수가 없다. 삼성이 2015년 1월에 인도에서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초저가 스마트폰의 가격은 10만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OS가 타이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마저도 OS 생태계의 핵심인 앱개발자 확보가 쉽지 않고 구글과의 관계 유지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유지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즉, 제조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사업의 관성과 역학관계 때문에 100달러 미만의 폰 개발이 어려운 것이다.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달라

기존 프리미엄 위주로 제품을 만들어내던 제조사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ASP가 하락을 한다고 해서 국내를 비롯한 선진 시장의 선호도가 바뀌는게 아니다. 국내의 상황만으로 좁혀서 살펴보자. 3개 이동통신사가  2014년에 출시한 휴대전화 가운데에서 10만원대 수준의 초저가폰은 3개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G3와 같은 플래그쉽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다.

이렇게 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도입 초반부터 고급폰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었고 게임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콘텐츠의 소비량이 높다. 거기에 단말의 유통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적용하면 일반 보급형 단말은 공짜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초저가폰이 의미를 갖지 못한다.

중고폰의 거래도 대부분 프리미엄폰 위주로 되고 있기 때문에 MVNO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러한 현상은 북미나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선진 시장의 교체 수요와 신흥 시장의 신규 수요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기존 제조사들은 어려운 시기일 수 밖에 없다.



당분간 삼성과 LG는 어려운 시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저가폰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이제는 명확한 사실이다. 판매 마진이 낮아지기 때문에 제조 원가를 낮추고 콘텐츠를 통한 부가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자국 제조사들은 초저가 스마트폰에 집중을 하고 있으며 자국 통신사들과 제휴를 하거나 독자적인 채널을 구축해 부가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기존 제조사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을 비롯한 각종 역학 관계는 경영진들의 강한 의지 없이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2014년 4분기의 시즌 특수성이 작용되어 단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삼성과 LG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 이 포스팅은 제가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 기고한 칼럼으로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2015/01/21 11:20 2015/01/21 11:20
Posted
Filed under 원고 및 발표자료
"온라인 기업들은 고객을 어떻게 나누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이니깐 꽤 오래전 일이다. 어느 오프라인 기업에 가서 모바일 트렌드 강의를 했는데 참석자 중에 한분이 던진 질문이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은 시장을 세분화시키고 사용자군을 나누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세분화를 하는 기준은 제품 성격에 따라 다양하지만 최종적인 모습은 대부분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요구는 점차 다양해져가고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기업을 중심으로 ‘개인화(Personalization)’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질문자는 아마도 국내 온라인 기업들의 개인화에 대한 접근과 모습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불행히도(!) 오프라인 기업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라고 답변을 한 뒤, 강의를 마치고 그 질문자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객을 특정 그룹으로 묶지 않고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개인화에 대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적용 범위가 협소하고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관심을 적게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술로 인해 다양하고 대용량 데이터 소스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개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상당수의 독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2014년 온라인 서비스의 핫키워드는 ‘개인화’였다고 해석한다.

얼마 전, 테라데이타가 글로벌 대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리더 402명을 대상으로 몇가지 조사를 진행하였다. 해당 보고서에 의하면  32%의 기업들은 ‘개인화’를 최우선 목표로 기술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의 47%는 개인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이점으로 ‘고객 경험의 향상’라고 답을 할 만큼 개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았다.

굳이 이렇게 딱딱한 보고서를 참고하지 않더라도 개인화가 적용되어 성장하는 서비스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구글 나우는 웹 브라우저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웨어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으며, 야후는 자체 개인화 기술 엔진인 C.O.R.E.를 활용하여 '패스트브레이크', ‘커브볼’라는 코드명으로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개인화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 로직은 아마존, 유튜브, 넷플릭스, 엘프 등과 같은 거대 서비스가 등장하는 기초가 되었고 빙(Bing)은 페이스북과의 제휴를 통해 ‘즉각적 개인화(Instant Personalization)’라 불리는 페이스북 서비스를 검색엔진에 적용했다.

물론, 해외 서비스들의 이야기이고 국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쇼핑몰이나 음악 서비스 등에서 일차원적인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으로 연관 콘텐츠 추천을 하거나 ‘왓차(watcha)'와 같은 스타트업 정도만 떠오른다. 기획 회의에서 '개인화'를 이야기하면 케케묵은 아이템이며 성공할 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만 돌아온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몇가지 한계 사항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첫째, 콘텐츠를 선택하는 국내 사용자들만의 독특한 성향이 있다. '개인화' 서비스가 발달한 서양은 개인적인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국내 사용자들은 자신이 알아야 하는 정보에 민감하다. 즉, 대다수가 알고 있는 정보 중에 내가 모르는게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감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시간 이슈 검색어’이다. 전세계에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서비스이다. 대형 검색 포탈의 노른자위에 자리잡은 이 리스트는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남들이 검색한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음악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개인화된 추천 리스트를 큐레이션 해서 노출을 해보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실시간 차트에 노출되어 있는 곡을 선택한다.

실제로 동일한 공간에 노출시켜 비교를 해보면 대부분의 미디어 서비스에서는 개인화된 콘텐츠보다는 매스(mass)한 콘텐츠의 클릭율이 훨씬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해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효율성이 증명되지 않았다. 한국인과 해외 사용자들을 딱 잘라서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적인 성향으로 인해 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가 갈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둘째, 국내 매체의 특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해외 서비스들은 SNS가 매우 발달되어 있다. 태생부터 개별 사용자를 중심으로 콘텐츠가 노출되기 때문에 개인화를 적용시키는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SNS가 아닌 미디어 사이트들도 특정 기준으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 콘텐츠들이 선택된다. 해당 영역에 개인화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구조이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트래픽의 대부분이 소수의 대형 포탈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 포탈들은 운영자에 의해 수동으로 선택된 소수의 콘텐츠가 노출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온라인 매체이지만 매스 미디어의 생산 패턴을 유지해 온 것이다. 트래픽이 KPI인 운영자들은 사용자들이 궁금해하는 대형 이슈나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오랜 기간동안 이러한 구조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개인화가 적용된 콘텐츠에게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세째,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장기적인 투자 마인드 부재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일단, 오픈 소스를 살펴보고 아마존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공부하다보면 ‘개인화 프로젝트’가 매우 쉬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개인화에 기본이 되는 Collaborative Filtering과 Content Based Filtering의 개념이 아주 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 적용을 하려면 알고리즘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콘텐츠의 성격에 맞추어 카테고리를 구분해야 하고, 본문에서 키워드 추출을 해내어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제품화가 가능한 결과물이 나오는데 국내에서 실제로 이러한 경험을 해본 팀은 많지 않다.

어렵사리 개발을 해서 서비스를 런칭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개인화는 목표를 향한 가정을 하고 검증을 통해 수많은 튜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 급급한 국내 기업이 수작업을 통한 운영 콘텐츠에 비해 트래픽이 작게 나오는 개인화에 투자를 장기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런 화두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정부의 규제’ 또한 심각하다. 국내 산업의 한계점을 논하면서   환경 탓을 자꾸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편하지가 않다. 제 3자 입장에서는 핑계로 보여진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실제 개인화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현실적으로 규제의 벽을 만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과거의 개인화는 각 디바이스에서 일어나는 사용행태를 분석해서 추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멀티 디바이스 환경이 일반화된 지금에는 여러 디바이스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활동을 통합하여 분석을 하는 것이 기본이 되고 있다. 각 기기에서 쿠키를 생성하고 이기종 디바이스에서 단일 사용자로 인식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규제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사용자 인지가 불가능하다. 물론,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과 같은 해외 기업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를 해내고 있다. 해외 기업도 ‘프라이버시 논쟁’에서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출발선부터 국내 사업자들이 상대적인 불리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이슈들을 해결하면서까지 굳이 ‘개인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필수요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서비스는 UV와 다운로드를 목표로 달려왔다. 신규 가입자 유입이 성장 동력이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 자연발생적인 신규 UV 확보는 쉽지 않다. PC 트래픽은 이미 하향세이고 스마트폰은 정체이다. 이제는 객단가를 높이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올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웨어러블과 IoT가 발달하고 O2O의 연동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칼럼의 제목을 보고 ‘언제적 개인화야?’라는 반응을 했다면, 새로운 환경에서 ‘개인화’만큼 매력적인 서비스 플랫폼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5/01/07 15:37 2015/01/07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