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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공동투자사인 미국 ISP업체 EarthLink와 공동으로 50 :50으로 투자한 후 약 6개월의 준비를 거쳐 2006년 5월 2일 , 미국에서 이동통신 전국서비스 개시한 MVNO망 '힐리오'가 버진으로 팔렸다.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니라 힐리오를 넘기는 대신에 지분의 20%를 받아서 분석하기 좋아하는 블로거들 사이에 말이 좀 많은 듯 하다. 더이상 투자는 의미가 없으니 걷어내는 단계일 수도 있다는 시각과 단순한 Data Pipe 보다는 컨텐츠 딜리버리하기에는 오히려 넓은 시장을 볼 수 있으니 좋다라는 시각도 있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러한 거창한 분석 대신에 조금은 엉뚱한 걱정이 먼저 들었고 아직도 SKT가 해야할 고민을 대신해주는 블로거들과는 달리 그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를 않는다.

힘의 크기가 비슷한 일반적인 산업군에서의 각 플레이어들끼리의 협업은 일의 양을 정하고 계약서라는 문서를 통해서 약속을 하고 일을 한다. 그리고 계약서에 의해서 서로 지불을 하고 일을 종료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놈의 모바일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이통라는 대형 업체는 요구 스펙을 정해서 단말사에 넘겨준다. 단말사는 각 기능별 어플리케이션에 대해서 협력 업체에 스펙에 맞는 개발을 요구를 한다. 그리고 뒤로 빠진다. 그러면 단말사의 QA 협력업체가 나서서 각 개발사들의 문제점을 체크하고 최종 단말사 QA에 넘긴다. 그리고는 일이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칼로 잘리듯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가지 프로젝트가 섞여서 진행이 된다. 그러다보면 계약서고 뭐고가 의미가 없어진다. 계약서에서는 A모델까지만 3월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단말사에서는 4월에 B모델까지 지원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계약 내용이 어쩌고 저쩌고를 따지는 업체는 단숨에 찍히기 마련이다. 단말사의 기본 마인드는 "시장에 나가서 이통사들에게 돈 받으면 그때 나도 너네들 줄께" 이다. 실상은 계약서가 없는 경우도 더 빈번하다. 분명히 로얄티는 계약서대로 지불을 해주지만 NRE는 어느 순간부터 없어지게 된다. 물론 단말사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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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 개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업 구조이다. 문제는 이렇게 이통사에서 갑작스럽게 라인을 없애버릴 때에 있다.(물론 힐리오의 인수합병 이야기는 2,3개월 전부터 조심스레 있었지만 얼추 6.4억달러 정도가 투입된 힐리오를 SKT가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었다.) 보통 이렇게 되면 단말사의 담당자들은 할일이 없어지게 된다. 보통의 업무라면 타부서로 이동하면 되겠지만 현실상 그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접적으로 나가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눈치도 보이고, 정치적으로 위협을 받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단말사의 담당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같이 일을 하던 SW 개발사는 그때까지 투자했던 개발비용을 보상받을 방법이 없어진다. 계약서도 없을 뿐더러 괜히 청구했다가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통사는 물론 잘못된 전략에 대해서는 재빨리 철수를 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피해를 벨류 체인 아래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받는 것은 부당하다.

위의 이야기가 지나친 비약같은가? 주위에 힐리오 담당 단말사 친구가 있으면 전화해보라. 아마 해고의 위험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주위에 힐리오 관련 개발사 친구가 있으면 전화해보라. 어떻게 돈 받을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걱정은 이통사의 이번 결정으로 단말사나 개발사의 개발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모바일 산업은 아직 갈길이 멀다...
2008/06/27 20:48 2008/06/27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