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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게임 ‘애니팡’의 표절 논쟁

2012년 하반기,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애니팡’은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를 강타하였다. 사용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고 일일 사용자수 1000만 명, 일 평균 매출 3억원, 최고 매출 4억원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였다. 게임 제한 시간을 1분으로 정해놓고 하트가 있어야 게임을 진행하는 시스템을 모바일 환경과 궁합이 맞았고 전국민 게임으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게임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나 오랫동안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했던 사용자에게는 애니팡의 게임 요소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주얼드 블리츠’와 ‘다이아몬드 대쉬’ 등을 통해 익히 보아왔던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사한 기능 때문에 ‘애니팡’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표절 논쟁에 휩싸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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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 관계자는 "게임 애니팡은 'Match 3' 장르의 소셜 퍼즐 게임으로, 이는 비주얼드 블리츠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게임을 통해 저작권의 이슈 없이 서비스되고 있는 퍼즐 게임의 한 형태"라며 "누리꾼이 제기한 표절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관련 기사)


국내 게임의 법적 분쟁 사례

유사한 시스템 안에서 차별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게임의 속성상 관련한 법적 분쟁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봄버맨 vs. 비앤비, 포트리스2 블루 vs. 건바운드,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vs. 신야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포트리스2 블루 vs. 건바운드’건은 게임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 법적까지 가게 된 최초의 사례인데 관련한 내용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정리한 보고서의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 판결 내용
- 판결번호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2.2.19. 선고 2002카합1989 결정
법원은 프로그램저작권 침해는 소명부족으로 판단하였고 영상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저작권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을 크게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과 인정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
- 첫째, 게임 중요요소 및 방식에서 이전 게임과 유사한 표현을 상당 부분 반영하여 독창성 인정에 부정적
- 둘째, <포트리스 2 블루>의 표현 가운데 회오리, 애니메이션 효과 등 일부 요소의 독창성을 인정, 결국 가처분 신청을 기각

* 시사점
- 게임저작물의 저작권 침해 논란이 법정까지 가게 된 최초의 사례로서 게임저작물의 저작권을 프로그램 저작권과 영상저작물의저작권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판단한 점에서 의의가 있음
-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별하지 않고 병렬적으로 나열하면서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한 점과 <비앤비> 사건이나 <신야구>사건처럼 논리 전개가 상세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음
- ① 저작권으로 보호받지못하는 아이디어 영역과 보호받을 수 있는 표현영역의 구분이 사실상 곤란한 점, ② 아이디어 영역에 속하는 대부분이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있는 것이어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③창작성이 인정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경우 저작권 보호가 가능한 지 여부에 논란이 없지 않은 점 등을 판결이유로 들 수 있음

유사한 점은 인정되지만 해당 영역이 일반적인 것이며 차별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요지이다. 위에서 소개했던 대표적인 법정 사례 3건 모두 비슷한 결론을 냈다.


윤리적인 책임이 중요

오래 전에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피처폰 게임만 존재했던 그 당시에 모바일 게임 개발은 평균 3개월이 일반적이었다. 시장이 작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투자한다면 작은 업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넘어서게 된다. 짧은 시간에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혁신과 창의적인 기획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많은 기획자들이 일본 모바일 게임, 닌텐도 게임, 오락실 게임 등을 분석해서 유사한 카피캣(Copy Cat) 게임을 만들어 냈고 또 성공을 거두었다. ‘모두는 아니고 일부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불행히도 상당수의 과거 모바일 게임의 제작 과정이 떳떳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성장했던 모바일 게임 기획자들이 현재는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게임 분야에서 ‘표절’이라는 기준을 법률적인 해석에만 맡긴다는 것은 위험하다. 획일적인 시스템에서 얼마든지 방어 논리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리의식에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게임을 만들어 게임의 완성도나 창의성보다는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적인 성공만을 목표로 한다면 장기적으로 업계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며 원저작자(법적으로는 논쟁의 여지는 있겠지만)의 잠재적인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다.


더 이상 지역 경쟁 시대가 아니야

2009년 12월,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Tetris Company, LLC’는 Xio사를 뉴저지 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하였다. Xio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미노(Mino)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이다. 해당 법원은 두개의 게임이 ‘전체적인 외관과 분위기’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Xio의 저작권 침해를 최종적으로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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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하여 모바일 산업이 형성되면서 글로벌 경쟁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다면 전세계를 상대를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해외 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러한 때, 국내 환경만 고려하여 나태한 기획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테트리스와 미노의 사례처럼 해외 법원에서 패소할 수 있으며, 설사 승소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무척 크다. 처음부터 논쟁의 여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2012년 7월 31일(미국 현지 시간), 구글은 전세계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구글 플레이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메일에는 유사앱에 대해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Copy Cat 게임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를 막고 원저작자의 권리를 인정해주겠다는 의미이다. 과거와 같은 기획 행태로는 앱스토어 자체에 거절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논란에 대처하는 성숙한 자세도 필요

‘표절 논쟁’이라는 것은 원래 대상자에게는 억울한 면이 있는 법이다. 비난을 하고자 하는 의미로 이야기 하자면 모든 MMORPG는 ‘울티마 온라인’의 표절이고, 블록 게임은 ‘헥사’의 표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기능’에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이 글은 ‘애니팡의 표절’ 자체를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대의 관련한 위험 요인을 공유하고 국내 제작 환경의 변화해야 하며 직업적인 윤리 의식이 법률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란에 대처하는 기업의 태도를 화두로 던지고 싶다.

선데이토즈의 ‘비주얼드 블리츠’나 다른 게임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대응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애니팡’은 분명히 독자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성공한 국민 게임이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장점을 강조하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문제가 될 때, 감정적인 억울함의 호소보다는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 준다면 초기에 빠른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제가 ‘Tech It!’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글은 http://techit.kr/13301 에 있습니다.
2012/11/18 20:11 2012/11/18 20:11